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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태 2017. 3. 11. 02:46

글에도 색깔이 있다면

내 글은 아마 무채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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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스무살 후의 글쓰기라면

대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 서술형 답안지 쓰기 뿐이다.

간혹 자기소개서나 지원동기 따위를 쓸 기회가 있긴 하지만 애시당초 거짓말로 쓰는 그런 글들은 논외로.


시험 답안지라는 진부하기 그지없는 글쓰기임에도 시간이 지나며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

철없던 1학년 때 답안지가 의식의 흐름대로 줄줄 써내려가는 글이었다면,

2학년 때 부터는 I, 1, 1) 따위를 써가며 나름의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

나의 생각이 채점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노력했다.

적어도 논리적 글쓰기는 남들 쓰는 만큼은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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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후배의 블로그를 들어가보았다.

평소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후배였다.

개중에는 작게나마 마음을 울리는 글들도 더러 보였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글로 힐링받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그 블로그에 쓰여진 글들을 보고있자니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은 무채색이구나,

시험 답안지 작성에 최적화된 논리적 글쓰기가 나의 학점에 약간의 보탬이 되었을지언정,

그 누구의 마음도 울리지 못하는 잿빛의 글쓰기였구나,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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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잿빛 글을 채색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배운 적도 없고, 배우려 하지도 않았다.

설령 누군가에게 그 방법을 배운다 한들, 나에겐 채색도구도 없는 것 같다.

달리 말하면, 난 채색할 만한 스토리를 갖고있지 않은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나쁘게 말하면 재미없게 살아온 사람이다.

내 자신의 이야기보다 타자에게서 빌려온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가만 있으면 반은 간다는 모토로 살아온 삶의 혹독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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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있는 글쓰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글이

내 지나온 삶의 태도에 대한 반성까지 이를 줄은 몰랐다.

그리고 겨우 이 정도 글을 쓰는 데에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찌됐건, 짬짬이 색깔있는 글쓰기 연습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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