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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Hokkaido

6-4. 도야호로 가는 길

부태 2017. 3. 4. 02:52


점심을 먹고 나니 마땅히 할 게 없었다

숙소를 여기로 잡았더라면 숙소에서 잠이나 잤겠지만.. 그렇다고 온천욕을 하자니 이용료가 만만치 않아보였다



노보리베츠온천 버스터미널



그래서 그냥 노보리베츠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면 뭐라도 할 게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여기서는 보통 버스를 타듯 정리권을 뽑고 내릴때 요금을 내는게 아니라,

터미널에서 승차권을 구매하고 타야한다.




노보리베츠역에 도착


기차가 자주 다니는 동네가 아니다보니, 아직 기차가 올 시간대가 아니었는지

역 앞은 노보리베츠역에 처음 내렸을 때보다 훨씬 황량했다




노보리베츠역 주변에서 뭐라도 할 만한 게 있을까 싶어 둘러보기로 했다



이 깡촌에도 빠찡코가..-_-;;





차는 좀 다니는데 걸어다니는 사람 한 명 찾기가 힘든 수준 -_-



'카페'라고 칭할만한 곳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다방같아보이는 게 하나 있었지만

일본어 고자라 안 들어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결국 할 것을 못 찾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_-



저기 한글이 있다는건 우리나라 사람들도 앉는단거겠지.. -_-



내가 탈 열차가 올 때 까진 한참이나 시간이 남았다



내가 카드놀이 하러 일본왔나 자괴감이 들어..

차라리 노보리베츠온천에 있을 걸 -_- 커다란 후회가 들었다



드디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무슨 이유에선진 모르겠지만 출발시간 7분 전이 될 때 까진 플랫폼에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로 올 때도 호쿠토, 도야로 갈 때도 호쿠토

슈퍼 호쿠토를 내놔라 -0-




노보리베츠에서 도야까지는 40분.



도야에 도착!



국내1호 세계지오파크라는 도야호.


사실 도야에 온 이유는 도야를 관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일본에서의 8일동안 료칸에서 하루 정도는 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일본의 전통 숙박양식인데..

하지만 료칸의 숙박료는 호텔보다도 비싼데다, 난 동행이 없었기 때문에 숙박료의 부담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그나마 내가 갈 만한 숙박료의 료칸이 도야호라는 곳에 있었고,

그래서 도야에 온 것이다. 진짜 딱 그것 하나때문에.. -_-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노보리베츠온천에서 잤다면 여유롭게 휴식을 할 수 있었을테고,

아싸리 노보리베츠에서 바로 7일차에 가기로 했던 하코다테에 먼저 갔더라면

하코다테에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을텐데..

처음으로 혼자 계획하고 떠난 해외여행이다보니 발생한 실수였다.



도야역 내부



열차에서 샀던 JR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한다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제조원 롯데아이스 -_-



맛은 그냥 밀크아이스크림 맛



도야호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도야역을 빠져나왔다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도야호로 가는 버스 안. 거짓말 안하고 나를 뺀 버스 안 모든 사람들이 중국인같았다

조용하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게 일본 대중교통의 특징이건만

여긴 뭐 돗대기 시장에 비유하는 것 조차 시장에게 실례일 수준이었다

뭐 어디 빗대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 버스가 곧 소중화였다 -_-

여행 후반부에 찾아오는 약간의 권태감과 상황이 겹쳐 피로와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야호온천 버스터미널.



캐리어 질질 끌고 숙소로 걸어가는 길



오늘의 숙소는 다이와료칸 아넥스




이 날은 유일하게 호텔에서 석식과 조식까지 2식을 예약한 날이었다.

석식은 징기스칸으로 잘 알려져있는 양고기 화로구이.

호텔 1층에 로비와 식당이 있어서, 아예 밥을 먹고 방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양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 맛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 나라 숙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_- 라멘에도 들입다 넣더니만..



혼자 고기를 먹을 땐 구우랴, 뒤집으랴, 먹으랴 손이 매우 바쁘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1인 고깃집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던데.



양고기를 구우면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알고있었지만 막상 별 냄새는 나지 않았다



징기스칸으로 배를 채우고 방으로 들어왔다.

난 가장 싼 다다미방으로 예약을 했는데, 막상 방에 들어와보니 커다란 싱글베드가 두 개나 있었다.

뭐 그건 나쁘지 않았지만, 방에 무언가 알 수 없는 냄새가 가득 배어있었다 -_-

담배냄새라기엔 낯선, 어쨌든 기분좋은 냄새는 분명 아니었다.

창문을 열어놔도 빠지지 않는 냄새.. 밖이 추워서 오래 열어둘 수도 없었다


썩 즐거운 일이 많지 않았던 하루여서 그런지 피로가 훅 몰려왔고, 

침대에 잠시 눕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져서 4시간을 자 버리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11시였다. 아직 씻지도 않았는데..

아 그리고 이 숙소는 방 안에 화장실이 없다 -_- 화장실은 방을 나가 공용화장실을 써야하고,

샤워는 지하1층에 있는 온천 목욕탕에서 해야했다.


시간이 늦었지만 안 씻을 수는 없기에, 필요한 걸 주섬주섬 챙겨 목욕탕으로 내려갔다.

시간이 늦어서 그랬는지 목욕탕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탕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로 목욕탕 안은 뿌연 김이 가득했고,

뚝 뚝 물 떨어지는 소리 말곤 아무 소리도 없이 너무나도 적막했다.


넓은 목욕탕을 나 혼자 쓰는 여유따윈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너무 무서웠다.

여기서 누가 들어와서 나를 해치면 어쩌나 하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_-

그러다가 나이 지긋한 어르신 두 분이 오면서 겨우시 적막이 깨졌다..


어린 애같아 보일지 몰라도, 그 상황은 지금 생각해봐도 무섭다




놀란 속 오로나민씨와 로이스로 진정시키기.




베란다 바로 앞이 도야호이건만 깜깜한 밤이라 보이진 않았다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 6일차 끝.



이 날부터 여행에서 숙소에 돈 아끼면 피본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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