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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Hokkaido

2-1. 삿포로 시내 방랑, 역대급 실수

부태 2016. 2. 6. 02:48


전날 잠을 늦게 잔 탓에, 잠을 충분히 못자고 일어나버렸다.

더스테이삿포로의 단촐한 조식. 오렌지주스는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것 주스같았는데 의외로 맛이 되게 좋았다. 사진을 찍어두고 계속 사먹을 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운데는 양파와 후추를 넣은 양파국(??)인 것 같고, 그 옆엔 감자샐러드를 바른 빵과 샐러드.


난 입이 짧기때문에 으리으리한 조식부페보다도 이런 간단한 조식이 더 합리적이다.

숙소를 나오니 밤새 눈이 더 온 모양이다. 눈벽은 더 높아져있었고, 차 위에 눈이 쌓여 초밥이 된 차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일본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주차장이 많았고, 보통 시스템 파킹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사진 속 주차장도 자리가 비어 있다는 空이 떠있는 모습.


오늘은 예약된 기차라거나 일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키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후 대참사가 일어날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지

오늘은 캐리어도 숙소에 있겠다, 삿포로역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긴 한데.. -_-

내 키보다도 훨씬 높은 눈벽이 쌓여있었다.

인도는 안그랬는데,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길이 미끄러워 항상 조심해야했다. 자동차들이 눈을 밟아서 다져진 눈들이 다 얼어버린 것 같았다.


뭔가 올드해보이는 식당

삿포로에는 1개의 전차 노선이 있다. 삿포로 시영 전차, 줄여서 시덴(市電)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운행중인 전차가 없는데다 실물로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전차가 지나갈 때 마다 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컬러의 전차가 다니는 것도 하나의 이유.

오도리공원은 2월에 있을 삿포로 눈축제 때 쓰일 조형물 공사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오도리공원으로 걷진 못하고, 그 옆의 인도로 쭉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한창 눈축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오도리공원 양옆으로 공사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일본 군인들도 동원된 현장..-_- 뭐 저들이야 우리나라 병사들처럼 쥐꼬리만한 월급 받고 이런데 동원되는건 아닐테니까.. 우리나라에서 대민지원에 나온 군인을 보며 느끼는 측은지심이 들진 않았다

오도리역 앞. 뭔가 엄청난 조형물을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눈썰매 같은 걸 끼얹나..

스스키노는 한자가 아니었다. 그럼 저걸 순일본어라고 하나?


찾아보니까 이런 단어를 와고(和語)라고 한단다. 우리나라의 '순우리말'에 대응하는 단어

삿포로 테레비탑. 여기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도 꽤 괜찮아보였는데, 오도리공원이 한창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과감히 빼기로 한다.

숙소에서 테레비탑까지도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아직 삿포로역까지는 좀 더 가야된다 -_-

여긴 삿포로 시계탑.

일본에 현존하는 시계탑 중 가장 오래된 시계탑이라고 한다. 삿포로 개척 당시, 1878년에 건축된 건물이라 하니.. 1층엔 삿포로 개척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관이, 2층엔 이벤트홀이 있다고 한다. 출처 두산백과


입장료가 있어서 들어가보진 않았다.

삿포로 시내의 일부 보도에는 열선이 깔려있어 이렇게 눈이 전혀 쌓이지 않은 보도들이 있다.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 '구본청사' 내지는 붉은 벽돌을 일컫는 '아카렌가 청사'라고 불린다. 여기도 1888년에 세워졌다고..

호수가 드문드문 얼어있다.


거의 건물 1층 높이만큼 눈이 쌓여있다. -_-

딱 봐도 일본식 건물은 전혀 아니다.


내부에는 홋카이도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입장료가 무료여서 들어갔다가 일본어 설명 밖에 없어서 대강 둘러보고 나왔다.


밤에 오면 더 멋지다는데 그걸 삿포로 떠난지 하루만에, 여행 6일차에 들었다. 고로 홋카이도를 또 가는거다


아카렌가청사에서 삿포로역은 코앞이다. 숙소부터 제법 걸었으니 그 보상으로 명성이 자자한 키타카로의 푸딩과 슈크림을 먹으러 삿포로역 옆 다이마루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에 들어가자 마자 백화점 종업원들이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들어오는 손님마다 계속 꾸벅 인사를 하길래, 이게 일본의 과잉친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온 시간이 오전 10시, 백화점 오픈시간이어서 그랬던 것일 뿐.. -_-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다 했던거 같기도 하고.

키타카로는 다이마루백화점 지하 1층에 있다.

푸딩 이름이 C컵 푸딩이다. 하루 100개 한정이라는데, 백화점 오픈 시간에 가서 그런지 잔뜩 쌓여있었다.

크기도 작진 않은데 그래서 C컵인가 -_-;; 297엔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 식사류를 제외한 이런 주전부리같은 건 어째 우리나라보다 더 싼 것 같았다.

요놈은 슈크림.


여기서 역대급 실수를 저질렀는데, C컵푸딩과 슈크림을 1개씩 총 2개를 살 생각이었는데 2개씩 4개를 사버린 것이다.

히토쯔 쿠다사이(ひとつください)라고 말해야하는 걸 후타쯔 쿠다사이(ふたつください)라고 말해버린 것.. -_- 분명 내 기억상 고등학교 1학년 일본어시간에 그리 배운 것 같은데.. 일본어 교과서에 나온 아베 스스무상은 1개 주문할 때 후타쯔라고 했던 것 같은데..


유통기한이 하루짜리인 이걸 어떻게 해치울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일단 백화점 안에 이걸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포기하고, 홋카이도 대학에 가면 캠퍼스 안의 벤치에서 까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홋카이도 대학으로 이동했다.

홋카이도 대학은 삿포로역 북쪽 출구에서 그리 멀지 않다.

왼쪽에 도요코인 호텔 '북대앞'점이 보인다. 부산대를 부대로 줄이듯 홋카이도대학을 북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홋카이도대학의 정문은 예상 외로 정말 평범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정문만 으리으리한건가 싶었다.

여기도 눈 천국이다



홋카이도의 거점 대학인데다 일본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소유한 대학이라고.


눈 덮인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초록이 빛나는 계절의 홋카이도대학도 문득 궁금해졌다.


홋카이도 대학의 초대 부총장이었던 윌리엄 클라크의 흉상. 그의 훈화였던 "Boys, be ambitious"가 현재까지도 홋카이도 대학의 표어다.


단순하지만 멋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여기저기 눈사람을 만들어놨네

삿포로역부터 여기까지 본의아닌 이 짐덩이를 끌고왔는데, 이걸 까먹을 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거만 아니었더라도 홋카이도 대학을 더 여유롭게 구경했을텐데.. -_-

겨우시 벤치 하나를 찾았지만 도저히 내가 앉을 수 없는 벤치였다. 이렇게 눈에 덮여 지나가버린 벤치가 여러 수 개는 됐을 것 같았다. -_-

결국 다시 정문으로 돌아와, 정문 옆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의 카페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좀 있었다면 시도할 수 없었겠지만, 카페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뭔가 민폐같지만 사왔던 푸딩을 여기서 까먹기로 했다.. -_- 그래도 예의상 아메리카노 하나는 주문하고. 그런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라고 하니 한번에 이해를 못하고, 아메리칸 코ㅡ히가 맞냐고 물어봤다. 아메리카노라고 안 부르는건가..


여담으로 홋카이도 대학 학생식당의 카레정식이 여행객들 사이에서 싸고 유명한 곳으로 꽤 알려져있는데, 나의 어이없는 키타카로 주문 실수덕에 강제로 오늘의 점심은 푸딩이 됐다. 뻘짓만 안했더라면 한번 먹어봤을 텐데.. 

개봉식

푸딩 두개와 보냉제가 들어있다. 친절하게 스푼도 후타쯔로 챙겨주셨다. -_- 그놈의 후타쯔

C컵푸딩의 그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촉촉한 크림을 크게 파먹으니, 그 아래엔 빵이, 제일 아래엔 푸딩이 있는 3층짜리 푸딩이었다.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꽤 맛있었기에 2개를 허겁지겁 먹고 나니 굳이 점심을 안 먹어도 될 것 같은 포만감이 찾아왔다. 푸딩 2개는 해치웠고, 슈크림 2개는 숙소에서 까먹는 걸로 하고 백팩에다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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